"어깨동무 하거나 껴안지 않도록..상하를 훓어보지 마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여성 판사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매뉴얼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사자인 여성 판사들은 '과잉 배려'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고, 법원은 비공식 문건으로 예기치 않은 파장이 번지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논란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일부 부장판사가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부장판사의 유의점'이라는 6쪽 분량의 매뉴얼에서 비롯됐다.
▶법원 일상 일반 ▶업무적 측면 ▶업무 외적 측면 ▶기타 등의 목차로 구성된 문건에는 '둘만 있을 때는 방문을 열어 둘 것', '회식 자리에서 여성 판사에게 술이나 노래 등을 강권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노래방에 가는 경우 어깨동무를 하거나 앞 또는 뒤에서 껴안지 않도록 한다', '신체를 건드리거나 상하를 훑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등의 행동을 자제하도록 권하고 있다.
법적으로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동까지 일일이 열거하는 등 당연한 내용을 적은 이 문건에 대해 당사자인 여성 판사들은 ‘과잉 배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재경법원의 한 여성 판사는 "매뉴얼을 만든 부장판사가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친 배려들"이라며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조금은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 판사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은 게 아니라 남성과 똑같은 판사로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에서 불미스런 일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이런 매뉴얼까지 나오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성 판사들은 법원 내 분위기가 남성적이거나 폐쇄적이지 않은데 오히려 매뉴얼이 만들어진 이후 분위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불미스런 일이 생기면 바로 문제를 제기하고 보직변경 등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매뉴얼이 필요없다는 것.
한 여성 판사는 "지난 2007년 서울의 한 법원 술자리에서 부장판사가 배석 판사의 무릎을 만진 사건이 있었지만 바로 문제를 제기해 해당 부장은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지 보직변경만 요청했던 여배석 판사마저도 당황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여성 판사는 이어 "법원에서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면 절대 쉬쉬하거나 덮지 않고 공식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남성우월적 분위기가 팽배하거나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법원 역시 공식적으로 배포된 문서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중앙지법 김병철 민사 공보판사는 "최근 대폭 증가하는 여성법관과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일부에게만 전달된 것에 불과하다"면서 "법관 모두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비공식적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