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9일 화요일

“갖고 노나” 여권 신공항 내전 ‘폭발 전야’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둘러싼 여권내 갈등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입지 평가결과 발표(30일)가 임박해 긴장이 팽팽해진 가운데, 평가결과가 ‘신공항 백지화로 결론날 것’이란 정부 고위인사들의 발언이 불을 질렀다. 신공항 유치에 사활을 건 영남 민심이 들끓자 정부가 실사 과정에 경찰력 동원을 시사하는 등 ‘신뢰 위기’가 쟁점화하고 있다. 여당내 수도권과 대구·경북(TK), 부산 의원들 간 ‘3각 대립’ 양상도 심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지역 의원 9명은 28일 긴급모임을 갖고 ‘백지화는 절대 안되며, 백지화 발언을 한 청와대 관계자를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토해양부 입지평가위원회가 후보지인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밝힐 것”이라며 전날 백지화 결론을 시사한 ‘여권 고위관계자’ 발언을 추궁한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입지평가위가 활동하고 있는데 채점도 하기 전에 불합격시킨 것이냐.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답도 안냈는데 벌써 결과가 나오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상기 의원도 “언론에 흘리면서 (백지화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비판했고,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가 부인하고 나선 ‘여권내 발언자’ 색출을 위한 검찰 수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발언이 사전 각본에 따라 신공항을 무산시키기 위한 공작이란 의혹 제기인 것이다. 

경남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도 “정부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입지평가위를 들러리로 내세워 각본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짜맞추고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라며 “정권이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사실을 냉엄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 지지세가 강한 해당 지역의 분위기도 험해졌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신공항 백지화론이 사실이라면 채점도 하기 전에 합격, 불합격을 논하는 우를 범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대구·경북·울산·경남지역 3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는 “신공항이 백지화되면 촛불집회와 상경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29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29일 밀양에서 진행될 2차 현장실사를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규모 경찰력 동원을 요구하고, 자치단체장 등의 참석을 배제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그 결과 “밀실 평가”라는 지역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도 표면적으로는 앙앙불락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김해공항을 확장하더라도 주변 산이나 소음 문제 등으로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며 “(백지화는) 많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겅고했다. 부산의 시민단체도 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나올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한나라당 부산시당 및 부산시 점거 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예고했다. 부산시와 시민단체는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하는 즉시 김해공항 이전의 독자 추진을 선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에게선 신공항 백지화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백지화가 아니라 원점 재검토”라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다면 지금까지 이 문제를 끌고 온 행정 당사자들이 책임을 져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