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일 금요일

위대한 MB 가카, 세 개만으로 큰 웃음 주셨네

난해 12월 31일 <한겨레21>은 '지난 10년 동안 당신을 웃게 한 사람을 한 명만 꼽는다면?'이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졌다. 그 결과 '웃게 한 사람' 1위에 이명박 대통령이 선정되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인물' 부문 하위권에 선정된 분이 '웃게 한 사람' 부문에서는 단독 선두를 거머쥐었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박지성·줄리안 어산지·김연아 등이 뒤를 이었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안 대표는 '보온병'과 '자연산' 단 두 개만으로 상위권 진입을 성취했는데, 주최 측은 그를 애초에 후보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무서운 다크호스였는지를 다소 간과했던 것 같다.

물론 이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웃음은 박지성·김연아가 준 웃음과는 전혀 다르다. 이 대통령의 웃김은 안상수 대표의 웃김과 같은 속성을 품고 있다. 이 대통령이 웃길 것이라는 징조는 일찍부터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들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하나님께 봉헌' 발언과 후보 시절 '747 공약'(10년 내 7% 성장, 4만 불 소득, 7대강국 진입)이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라리 희극적이었다. 문제는 그 희극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 때문에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기독교 신자들은 그를 '신실한 사람'이라고 여겼고 다수 국민은 그를 '경제 대통령'으로 보아 대거 표를 주지 않았던가.

어느새 4월의 첫날이다. MB 비판하는 것도 넌덜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토록 MB에게 신물이 났다면 이제는 차기 정권을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MB의 개그 콘텐츠' 세 가지를 고찰하면서 속없이 함께 웃어보고자 한다.

[MB표 개그 1] 마리 앙투아네트도 울고 갈 '4차원'

  
▲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5월 13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둘러보던 중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무덤 상석을 밟아 논란이 됐다.
ⓒ 광주드림 임문철
 이명박
"(나를) 어떻게라도 끌어내리기 위해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

이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박해받았던 민주투사의 말이 아니다. 2007년 6월 13일, 당시 대선후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어서 그는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노라고 금권정치의 개막을 선언한다. 그는 "국가 예산, 한쪽 눈을 감고도 20조는 줄일 수 있다"고 한쪽 눈을 감지도 않은 채 태연히 말했다. 또한, 시골 출신인 그는 '부실 교육의 핵심은 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시골 출신이라는 데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찍이 서울시장 시절 망월동 5·18 묘역에 가서 파안대소했고 홍남순 변호사의 무덤 상석을 밟기도 하는 등 비교육적(?)인 행보를 보인 그는, "나처럼 애를 낳아 봐야 보육을 말할 수 있다. 고3생을 네 명은 키워 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우리는 그의 아들이 서울시 공식 행사에 슬리퍼를 끌고 출현해 히딩크 감독과 사진 찍은 것을 기억할 따름이다.

어디 이뿐이랴. 이 대통령이 이해하기 어려운 '4차원의 언어'로 우리를 웃긴 예가 너무 많아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들어 본다.

"1시간도 공부 안 한 사람이 무조건 (대운하에) 반대하는 것이다." - 2007년 7월 8일 대전지역 선대위 발족식에서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 2007년 7월 27일 바른정책연구원 조찬세미나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나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면 어학연수를 안 가도 영어에서 불편함이 없을 것" - 2007년 10월 5일 부산 학산여고에서
"노동자들이 자원봉사 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꾼다면 그 기업이 10% 성장하는 게 뭐가 어렵겠느냐" - 2008년 1월 11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신년인사회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 - 2008년 11월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포 리셉션에서

이 대통령은 촛불 시위 기간 국회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랬다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두 번에 걸쳐 사과 발언을 하면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 이슬'을 들으며 반성했노라고 꼬리를 내렸었다. 그로부터 불과 2년 후 이 대통령은 '2년 전 촛불을 두고 아무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변신했다.

이에 대해 명진 스님은 "생각건대 아침 이슬이 아니라 참이슬을 먹고 취하지 않았는가 한다"면서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이명박 정부를 마이동풍이 아닌 '서이동풍'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4차원의 언어는 지독한 인신공격으로도 나타나기도 했다. 그는 "강금실(전 법무장관)은 노는 것, 춤추는 것을 좋아하니까 서울시장이 되면 공무원들은 매일 놀 수 있어서 좋아할 것"이라고  야유했고, "손학규는 (한나라)당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고, 당 밖으로 나가도 춥다"고 저주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압권은 '마사지걸 발언'이었다. 그는 (현대건설 다닐 때 외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외국에서 마사지걸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별로인 여자를 골라라. 아는 선배는 예쁜 여자는 남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생각하여 별로인 여자를 고른다. 그래야 서비스도 좋더라"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해명서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서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다시 한 차례 우리를 진지하게 웃긴 바 있다.

배추 값 폭등이 사회적 문제가 됐을 당시, 이 대통령은 비싼 배추로 만든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이나 당시나 양배추는 보통 배추보다 엇비슷하거나 비싸다. 이것은 그가 양배추 김치를 안 먹고 지어내 말했거나 아니면 비싼 것을 모르고 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라면 거짓말일 테고 후자라면 '빵을 달라'고 요구하는 민중에게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동급의 '4차원' 발언이다.

[MB표 개그 2] '치킨전쟁 종결자'로 나선 '왕년의 나'

  
▲ 지난 1월 28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동대문 도매시장을 방문해 상가를 돌아보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이 곧잘 구사하는 이른바 '나도 한때' 어법은 60∼70년대에 널리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인들은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잘난 척하는 사람에게 "왕년에 그거 안 해 본 사람이 어딨어?"라고 말하기를 즐겨 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을 '나도 한때 ○○을 해 봐서 아는데' 식으로 약간 각색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장사를 해봐서 잘 안다. 열심히, 끈질기게 장사를 하면 된다." - 2011년 1월 28일 동대문 시장에서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리될 수 있다. 높은 파도에 배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사고 가능성도 있다." - 2010년 4월 1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그는 촛불시민들에게는 "나도 학생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고통을 겪었던 민주화 1세대"였고, 노점상들에게는 "나도 한때 노점상이어서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하는 편"이며, 철거민들에게는 "나 자신이 한때 철거민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체육인들에게는 "나도 체육인이다", 기업인들에게는 "스물네 살때부터 아세안 각국을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했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과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환경미화원 앞에서는 "나도 환경미화원을 해 봐서 잘 안다. 나는 환경미화원의 대부 격이다", 서부전선 최전방 해병대 2사단 장병들 앞에서는 "젊었을 때 해병대가 있는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해병대와는 아주 친숙하다"고 했다.

그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국제노동계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나와 내 가족 전체가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나의 꿈은 고정적 일자리를 얻어서 꾸준히 월급을 받는 것이었다"며 예의 '왕년의 나'를 가족 전체로 확대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박근혜 의원이 괴한의 피습을 받은 것에 대해 "나도 지난 대선 때 어느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협박을 하러 와서 놀란 적이 있는데, 경호원들이 붙잡고 봤더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왕년의 나' 발언은 과장되었거나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통령 말대로 실제로 괴한이 가택을 침입한 것이 아니라 전화협박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사실을 변조한 거짓말에 속한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나도 한때' 화법 속에 담긴 심리를 '자뻑 권위주의'라고 분석했다(<사람 vs 사람>). 이 시장이 습관처럼 내뱉는 수식어가 '그거 내가 경험해봐서 다 안다'이다"라며 이 말 속에는 '천하의 명박이가 이 나이에 안 해본 게 어디 있고 모르는 게 뭐 있겠나'라는 심리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밥을 굶기도 해봤고, 달동네에도 살아봤고, 고학도 경험했고, 사회 밑바닥 중 안 해본 일도 없고, 데모하다 감옥에도 다녀왔고,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도 역임했고, 안 가본 나라도 없고, 국회의원도 해봤고, 테니스·클래식·발레 감상 같은 취미생활도 빠짐없이 등장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적도 있고, 종교적 봉사활동도 해봤고, 그야말로 세상만사 다 겪었고 부와 명예와 권력까지 거머쥔 그이기에 '자뻑'에 사로잡혀 이 대통령은 가난이나 어려움을 공감하는 게 아니라 이를 극복한 자기 스토리에 감격하고 공감한다." - <시사인> '나도 한때...화법에 숨겨진 자뻑 심리'(2009년 7월 13일)

급기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체험 영역을 거의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혹시 우리 대통령은 자신이 안 해 본 것이 없다는 '전지전능'의 심리에 도취된 것은 아닌지 국민을 근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누리꾼들은 "나도 여러 대통령 겪어본 국민이라 잘 아는데", "내가 신년 기자회견은 안 해봐서 모르는데" 등으로 응수하고 있다. "가카, 이제 '내가 군인만 안 해봤지 다 해봐서 아는데'로 바꿔주십시오"라고 요청하는 누리꾼도 있고 최근 구제역 사태를 두고는 "가카가 소만 키워 보셨어도 구제역 파동은 없었을 텐데"라고 혀를 차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교도소에 가서 죄수들을 보면 뭐라고 할까.

'왕년의 나' 시리즈의 압권은 통큰치킨 발언에 있었다. 이 대통령은 2010년 12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업무보고 전에 일부 참석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을) 2주에 한 번 시켜서 먹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청와대에 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로 '2주에 한 번씩' 치킨을 시켜먹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아무튼 이런 발언이 있은 후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치킨전쟁의 종결자'로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MB표 개그 3] 남의 일이기에 관대한 '기왕쥐사'

  
▲ 2010년 9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수해지역을 방문해 피해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9월 22일 수해를 당한 서울 신월동의 지하주택을 방문해 주민을 위로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어요. 기왕에 (이렇게) 된 거니까. 편안하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은 주민은 "(마음을) 편안하게 먹을 수가 있어야죠"라고 대꾸했다.

이와 관련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브리핑을 통해 "일단 사람이 살아야 한다. 어려운 일 당하셨지만 국가가 적극 지원할 테니 마음 편히 하시고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위로했다"고 해명한다.

2008년 11월 이 대통령은 페루 리마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전세기 안에서 브라질, 페루 정상과의 회담을 상세히 소개한 뒤 "기왕에 이렇게 멀리 왔으니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2010년 3월 전주시청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는 "새만금을 기왕에 시작한 이상 앞당겨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기왕지사' 발언에는 과거의 불운을 털어버리고 앞날을 위해 노력하자는 선의의 격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이런 말을 할 때에는 '기왕에 버린 몸'이라는 식의 체념과 자기 합리화 심리가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수재를 당한 사람에게 '기왕 당했으니'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 해도 지나친 발언이다. 자기가 당할 때에는 '세상이 날 죽이려고 미쳐 날뛰고 있다'고 격정적으로 반발했던 그가 아닌가.

또한 이런 발언에는 과거를 호도해 버리려는 '빈곤한 역사의식'이 담겨있다. 우리로 하여금 그가 왜 친일청산에 냉소적인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의 기왕지사 어법에서 그가 참으로 복잡하고도 도무지 속사정을 알 수 없는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가졌다는 점을 상기한다.

이명박 개그의 빛나는 성과들

MB표 개그에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의 개그는 감염력, 아니 영향력이 일정한 정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월동 묘역에 가서 상석을 밟은 이 대통령의 '개념'은 안상수 집권당 대표에게 감염되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 대통령의 감염력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단지 오십견 때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당시 농수산식품부 장관이었던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직접 감염되어 "내가 농사해봐서 아는데… (살처분 가축의) 침출수를 퇴비로…"라는 발언을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봉헌 발언은 목사들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일본 대지진을 "우상숭배의 업보"라고 말한 조용기 목사 같은 이는 모르긴 해도 서울은 하나님께 봉헌된 도시이니 지진 같은 것이 없다는 신심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대형 개그 747 공약은 일거에 실현되었다. 청와대가 대통령 전용기를 보잉 747로 바꾼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그토록 경계했던 '정보 전염병'은 구제역으로 전이되어 전국적으로 창궐했다.

최근 이 대통령은 선거공약이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다. 개인적으로 '국익을 위해서'라는 그의 해명에 동의한다. 22조 원짜리 4대강 공사를 강행하면서 구제역으로 3조 원을 날린 정부의 재정 형편에 여분이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대구·부산을 오가며 이 메뉴를 우려서 표를 얻었던 이 대통령은 또 하나의 거짓말을 역사에 남기게 되었다.

우리는 정치에 관한 한 3년을 하나같이 만우절처럼 지내 온 기분이다. 물론 이 모두가 이 대통령 덕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정작 만우절을 맞이하니 왠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